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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 • PICNIC – FICNIC

정선희
 

전시 기간: 2020. 10. 6 – 11. 16

초대 일시: 없음


서왕​공원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3가 3-189

(24시간 관람)

기획: 이정민

주관: 공-원, 서왕공원

정선희는 소유할 수 없는 공간에 대한 욕망을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 공간의 의미를 공공장소까지 확장하여, 인간의 소유욕의 극단인 ‘공원’―자연에 대한 욕망으로 인공적으로 조성한 거대한 공간―을 쇼윈도우 안으로 가져오는 작업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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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 • PICNIC – FICNIC(전경), 정선희, 가변설치, 2020

공간에 대한 욕망이 그 어느 때 보다 큰 시기입니다. 공공장소는 더는 안전하지 않은 장소가 되었고, 사람들은 반강제적으로 집안에 억류되어 있습니다. 집 밖을 나오지 말라는 뉴스가 끊임없이 들려옵니다. 이제 개인의 공간에서 일, 학업, 문화생활 등 모든 것을 해내야 합니다. 이제 집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힘든 지금, 서왕공원은 개관전으로 공간 소유에 대한 욕망을 바탕으로 개인의 공간을 재정립하는 정선희 작가의 개인전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가족과 함께 원룸에서 생활하는 정선희에게 가장 개인적인 공간은 공공장소입니다. 공원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공장소이자 누군가의 자유공간입니다. 정선희는 공원을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이미지 자체로 봅니다. 공원에 있는 나무, 잔디, 덤불은 기호화되어 그의 세계 안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코드가 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는 작가가 욕망하는 개인의 공간이 되어 주지만 동시에 결코 진짜가 될 수 없는 평평한 가상의 공간입니다.

 

  정선희는 공원의 요소들을 마치 무대 배경 위 합판과 같은 평면 조각으로 기호화합니다. 평평한 판 위에 그려진 그림들은 언뜻 구체적인 기능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무런 역할이 없는 자연의 복사품입니다. 옆면이나 뒷면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판들이, 유리창의 바깥쪽에서 바라볼 때는 여러 겹의 레이어를 가진 진짜 공간으로 인식됩니다. 한쪽 면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실제로 기능하지 못하는 투사체일 뿐입니다. 이번 전시는 유리창 바깥에서, 한 방향으로만 그 공간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유리창에 비치는 얕은 가짜 공간은 그가 공간에 가지는 덧없는 욕망의 결과물입니다. 언뜻 예쁘게 꾸며진 누군가를 위한 공간 같지만 실제로 그 누구도 향유할 수 없는 가상의 꿈같은 공간. 정선희의 공원은 유리 너머에 있기 때문에 현실과 완벽히 분리된 채 작가에게 완벽한 이상향이 되어 줍니다.

글/이정민

FICNIC, 정선희, 가변설치, 혼합매체, 2020

FICNIC KIT, 정선희, 가변설치, 혼합매체, 각 29X23㎝(6점), 2020

나는 언니와 원룸에서 함께 살고 있다. 원룸이라는 공간은 두 사람이 지내기 기형적인 공간이다. 사생활을 보호해 주는 벽이 없기 때문에 나는 원룸에 유일하게 방이라고 할 만한 공간인 화장실에 애착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 이후로 화장실이라는 공간은 점차 확장, 변이 되어서 내가 갈 수 없는 곳, 가질 수 없는 공간에 대한 소유욕을 담아내는 작업으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앞서 말한, 공간에 대한 소유욕은 사실 비단 나에게만 국환된 소유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시작점이 화장실이라는 점만 달랐을 뿐이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은 공간에 대한 소유욕을 가지고 있다. 쉽게는 집을 사는 행위, 그 집안에 개인의 방이 필요한 까닭 등에서 이 욕구를 읽어낼 수 있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우리가 소유욕을 느끼는 영역이 공공장소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카페나 교실에 즐겨 앉던 자리에 누가 앉아 있을 때 느끼는 당혹감이나 박탈, 허탈감이 그 예시다.

  이제 공공장소의 영역을 '공원'이라는 장소까지 넓혀보자. 피크닉(소풍)을 하는 공간인 '공원'은 '자연'이라는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서 '공원'은 인간의 손에서 인공적으로 생겨난 장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공과 자연이라는 대치되는 단어 사이에 존재하는 '공원'은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나의 원대한 꿈을 반영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자 작업의 제목인 'FAKE PICNIC'은 이러한 욕망에서 비롯된 작업이다. 이 작업은 허황한 꿈속에 사는 나의 작업 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글/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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