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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게 다가 아닐 거야

장윤영 개인전
 

전시 기간: 2022. 5. 7 – 6. 7

초대 일시: 없음


서왕​공원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3가 3-189

(24시간 관람)

기획: 문명기
디자인: 바나나시체전문처리반

주관: 공-원
후원: 문워크

  장윤영의 첫 전시는 2019년 외계인이 지구에 도착하는 문을 구현하는 작업이었다. 외계-인의 흔적으로 의심되는 괴상하게 휘어진 나무나 골목에서 마주하게 되는 해석할 수 없는 벽보, 목적과 방향이 없이 설치된 환풍구 등. 그는 누구에게나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지점을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합리적 근거라고 결론 내렸다. 그리하여 다른 차원에서 들어오는 문을 만들고 그들이 남겼을 만한 흔적을 찾기 위해 거리를 배회했다. 종종 눈에 띄었으나 때로는 허탕을 쳤다. 당시 전시장 양쪽 벽에 설치된 영상은 외계-인을 더욱 잘 보기 위해 눈알 굴리기 연습을 하는 영상이었다. 물안경을 끼고 여러 방향으로 눈알을 굴리는 모습은 우습고 괴이했다.

 

그가 미친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미친 것인가? 외계-인은 정말 존재하는가?

  이번에 서왕공원에서 열리는 그의 첫 개인전 〈세상은 이게 다가 아닐 거야〉는 지난 전시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이미 찾았고 이제 그들과의 조우를 실험한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그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여러 채널러들을 찾았다.

그가 미친 것이 아니고 세상이 미친 것도 아니다. 외계-인은 반드시 존재해야만 한다.

  당신은 외계-인을 믿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는 게 아니다. 세상에는 아직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도 있으며 신이 우리를 구원할 거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확인할 수 없는 존재를 인간이 어찌 부인할 수 있으랴. 그건 그렇고 작가는 왜 이토록 외계-인에 집착하는 것일까. 두어 번 미팅 끝에 질문했다. 대답은 아프도록 명쾌했다.

“세상은 이게 다가 아닐 거예요.”

 

  …아팠다. 그의 진지한 태도가 모두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그리고 외계-인과의 조우에 성공하길 바란다.

 

  2022년, 아직도 세상은 알 수 없는 것투성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병들었지만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라는 이성복 시인의 말처럼 하루하루 꼬박꼬박 생을 살아가고 있다. 장윤영은 이번 전시에서 손을 내민다. 신호를 보내 자신의 위치에서 반사되는 빛을 감지하고 외계-인과 만날 준비를 한다.

 

글/문명기

작가 노트

  빵상 아주머니와 이채령 씨를 기억하는가? 그들은 당시 ‘채널러’라고 불리던 사람들이었다. 이는 자신의 몸을 매개체로 삼아 외계의 뜻을 대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명칭이다. 그리고 외계 존재의 말을 전달받아 우리의 언어로 해석하고 주변에게 전달하는 채널러들의 행위는 ‘채널링’이라고 부른다. 채널러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영적 매개체라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처럼 스스로 매개체가 될 수는 없었다. 노력은 해 보았지만 스스로를 토바야스*나 8의 의회(Council of 8)**라고 소개하며 내 무의식과 연결해 오는 외계의 존재는 없었다. 그렇기에 안테나를 만들어 지구 밖이며 차원 밖과 접촉을 시도하기로 했다.

 

  안테나를 통해 직접 음성이나 데이터를 전달받으려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지구에 방문할 그들의 주목을 내 안테나로 집중시켜 그들과 닿으려는 것이다. 여러 경로로 방문할 것을 예상해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안테나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이제 막 도착한 외계 존재와 지구에 사는 사람 모두를 위해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개방적인 공간을 선택했다. 우리 눈에 익숙하지 않은 안테나의 존재를 주변 지형지물에 녹여낼 수 있을 만한 곳이어야 했다.

 

  안테나를 제작하는 데 중요한 것은 재료다. 나의 안테나는 육해공 모두에 위치해야 하기 때문에 녹이 잘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나 황동***이 주재료다. 이는 곧 반사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빛은 희한하게도 차원을 넘어서까지 존재하기 때문에 빛을 반사한다는 것은 외계-인들의 주목을 끄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다. 또한 전기 전도율이 낮은 스테인리스를 황동 안테나 끝에 설치해 지구에서 주고받는 전파에 의한 방해를 최소화했다.

글/장윤영

*토바야스: 채널러 이채령 씨를 매개체로 삼은 외계 존재의 이름.

**8의 의회: 채널러들의 채널링 사례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미셸 카펜터 씨는 ‘8의 의회’라는 지구 밖 존재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도 왕성히 채널링을 하고 있는 듯하다.

***황동: 황동은 부식에 강하고 색이 금과 비슷하다는 고유한 특성 때문에 전기 전도체로보다 악기나 장식품 등의 주재료로 더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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