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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러기 줍기 
Surfing the Debris展

곽도희, 이정민, 홍지연
 

전시 기간: 2021. 2. 23 – 3. 18

초대 일시: 없음


서왕​공원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3가 3-189

(24시간 관람)

기획: 이정민

주관: 공-원, 서왕공원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창작산실

세상은 넓어지고 평평해졌다. 이제 언제 어디서나, 언어와 상관없이 그 누구라도 연결되고 접속될 수 있게 되었다. 화상통화로 실시간으로 지구 반대편과 소통하고, 자동 번역과 자동 자막을 통해 언어를 초월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구글은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한다. 사용자가 다녀간 장소, 했던 말, 쓴 글, 찍은 사진,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한 모든 정보를 가릴 것 없이 기록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통해 제공되는 맞춤 서비스는 소름 끼치는 정확성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보여준다. 집안 대청소 시기가 오면 청소 도구의 브랜드를 추천해주고, 유튜브에서 관심 분야의 영상을 추천해주고, 가고 싶은 나라의 여행 상품을 추천해준다. 먼저 찾지 않아도 한발 앞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다. 결국 우리는 점점 둔감해지며 생각이 느려지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생각을 멈춘 채 온라인 시스템에 모든 것을 맡겨도 되는 것일까? 완벽할 것 같은 기계, 온라인이라는 가상 세계를 장악한 구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거대한 힘 안에서 오류(glitch)를 찾고자 한다. 이 글리치는 평상시 감각하고 사고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시하고, 계속 날카로운 비평적 사고를 해나가게 만들어 줄 것이다.

 

  생각을 멈추지 않기 위해 온라인 시스템의 오류를 찾는 「부스러기 줍기」 프로젝트는, 전시기획자 이정민, 개발자 홍지연, 그래픽 디자이너 곽도희가 모여 진행되었다. 먼저 구글이 전 세계의 정보를 수집하고 체계화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자신들만의 프로세스를 만들어 기록된 정보들을 평가하고 재정의한다. 각자의 프로세스를 통해 수집된 새로운 정보들은 먼저 서왕공원의 유리창에 텍스트 방식으로 나열되어 전시되고, 이후 텍스트 북(book)과 이미지 북으로 나뉘어 아날로그 형식으로 배포될 예정이다.

 

글/이정민

부스러기 줍기 | 곽도희, 이정민, 홍지연 | 유리창에 펜 | 가변 크기| 2021

부유하는 행인 | 곽도희, 이정민, 홍지연 | 단채널 영상| 실시간 송출 | 2021

나는 디지털 플랫폼에 올려놓은 영상의 자동 자막을 보면서 이 디지털 매체가 듣고 있는 소리와 내가 듣고 있는 소리가 같은 것인지 의심한다. 영상에 저장된 소리를 듣고 작성되는 문자로서 '자동 자막'은 내가 소리라고 인지하는 것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디지털 매체는 영상에 담긴 소리 중 전달 가치가 있다고 습득된 소리만을 자신의 언어로 기록하고 있다. 그는 내가 집중하고 있는 바람 소리, 행인의 목소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인지한 등장인물의 대화 또한 동일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 디지털 매체가 소음으로 판단하고 삭제한―자막에는 기록되지 못한―소리를 듣고 있다. 이는 디지털 기계가 작성하는 자동 자막과 현재 내가 듣고 있는 소리와의 괴리감을 형성한다. 결국 디지털 기계는 어떠한 편견도 없이 모든 데이터를 평등하게 인지할 것이라는 나의 기대는 그가 작성하는 문자에 의해 좌절된다.

 

  그 이질적인 간극에서 나는 기록됨을 박탈당한 소음들의 존재가 커지는 것을 느끼며,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부유하던 소리를 가치를 부여받은 소리와 동등한 장소로 끌어 오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기록되지 못한 소리들은 어떠한 형태로 어디에서 존재하고 있을지에 대해 귀를 기울인다.

 

글/곽도희

부스러기 줍기(부분) | 곽도희, 이정민, 홍지연 | 유리창에 펜 | 가변 크기 | 2021

부유하는 행인(부분) | 곽도희, 이정민, 홍지연 | 단채널 영상 |  실시간 송출 | 2021

부스러기 줍기(부분) | 곽도희, 이정민, 홍지연 | 유리창에 펜 | 가변 크기 | 2021

유령이 되어 영원히 인터넷을 떠돌아다녀야 하는 비운의 얼굴들. 죽어도 죽을 수 없고 사라져도 잊혀 질 수 없다. 유령들은 그곳에서 무한히 부유해야 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은 틀렸다. 호랑이도 사람도 이미지의 유령을 남긴 채 영원히 0과 1로 이루어진 텍스트로 박제된다.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이미지들은 텍스트로 이루어진 정확한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유사한 이미지들은 같은 키워드를 공유하며 유저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고유한 인물 사진도 구글에 검색하면 유사한, 거의 같아 보이는 수많은 결과가 뜬다. 그 결과 속 인물 중에는 죽어서 물리적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도, 현재는 완전히 다른 외형이 되어버린 사람들도 있지만 이미지로서 인터넷에 박제된 순간은 영원하다. 그 박제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키워드 단어로서 명시된다. 유사한 이미지들과 반복되는 키워드를 분석하여 온라인이라는 가상 세계에서 유저들이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을 분석한다. 이미지의 키워드를 분석하는 작업을 통해 비물질적인 동시에 무한한 개인의 역사의 근원이 온라인에 저장되는 매커니즘을 알아내고자 한다.

 

글/이정민

부스러기 줍기展(전경) | 공-원 붙임공간 서왕공원 | 2021

우리 동네는 언제나 잠시뿐인 곳이다. 머물러있어도 언젠가는 떠날 곳, 이곳들에서 나는 내가 되기도 탈선하기도 하면서 결국은 내가 되었다. 일부는 남아 있고 일부는 다시 이동하며 새로운 곳에 머무르다 다시 떠나고 그리워한다.

 

  자취가 모두 기록되어 있을 줄 알았던 초본에는 한곳의 기록이 없다. 실존하지만 대면할 수 없는 시간들이다. 2018년 겨울, 14년이 지난 후 이곳을 다시 찾아갔다. 짧은 시간 안에 길고 오래된 시간을 추적하려고 했다. 며칠의 흔적으로 흩어진 조각들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이것 또한 지나갈 과거가 되어 버리는 것일까.

 

  여러 공간에서의 시절은 기한을 생성하고 우선순위가 매겨져 기억되고 망각된다. 떠다니던 정보들과 버려진 정보들을 모아 함량을 부여하여 전체를 제작함으로써 사라진 시간을 같은 공간의 다른 회상으로 기재해 나가고자 한다.

 

글/홍지연

 

* 「부스러기 줍기」 프로젝트는 책의 형태로 완성되어 출판·배포될 예정입니다. 전시 종료 후 배포되는 책을 받아보시길 원하시는 분은 공-원 이메일(00gongwon@gmail.com)로 연락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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